남상학의 시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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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숭의여자중·고등학교 퇴직교사의 모임 ‘옛숭회’ 봄나들이 


숭의여자중·고등학교 퇴직교사의 모임 ‘옛숭회’ 봄나들이


화창한 봄날, 서울 경마공원을 산책하다




                                  
       


  2014년 5월 13일, 서울 경마공원에서 ‘옛숭회’ 봄나들이가 있었습니다. ‘옛숭회’는 숭의여자중·고등학교에서 평생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 퇴임한 선생님들의 친목모임입니다. 옛숭회의 첫 결성은 2000년이었습니다. 1999년 1월 교사 정년이 65세에서 62세로 단축되어 정든 학교를 떠나게 되자 평생 한 직장에서 생활하며 다져온 동료애를 기초로 친목을 도모할 목적으로 만들게 되었지요.


        

        


옛숭회 모임의 시작


  옛숭회는 처음에는 경조사를 치른 분이 답례하는 모임을 갖게 되면서 이와는 별도로 정식 모임을 갖자는 의견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시작되었지요. 그래서 명칭을 옛숭회로 정하고 회장과 총무를 선출하였고, 연2회 공식적인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모임은 가능하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교외(郊外)로 나가 심신의 피로를 풀고 점심을 함께 나누며 친교를 다지는 시간으로 보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모임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어느덧 14년, 이렇게 해마다 숭의 퇴직교사들이 어김없이 모이는 것을 알게 된 다른 학교 퇴직교사들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질문하며 무척 부러워했습니다. 정기적인 전보가 있는 공립학교는 그만두더라도 사립학교에서도 우리처럼 철저하게 모이는 학교가 드문 것 같아 우리에게는 자부심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가족적인 학교 분위기, 믿음 안에서 상부상조하며 화목하게 지냈던 생활 풍토가 그대로 이어지게 된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그리고 맡은 임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보여집니다. 수고한 역대 회장, 총무들에게 지면으로 감사드립니다.


        

        

        



녹음 우거진 경마공원 길을 산책하다


        

        

         


    금년 봄 나들이 장소는 서울 경마공원, 어제 비가 온 때문인지 오늘은 날씨가 청명했습니다. 경마공원은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 3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공원 정문이어서 찾아가기도 좋았습니다. 11시 도착해 보니 남자 11명, 여자 11명 모두 22명이 모였습니다. 다른 해보다 많이 참가한 이유는 금년 회장으로 선출된 박창섭 선생님(체육)과 총무이신 정희숙 선생님(음악)의 권유와 노력 때문이었습니다. 두 분이 환상의 궁합을 이루어 모임을 기획하고 진행하여 그동안 참석하지 못했던 박신성 선생님(성경)까지 참석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지요. 오랫동안 안부도 모르고 지냈던 대부분 동료들은 오랜만의 만남을 반겼습니다. 90을 바라보는 연세에, 멀리 군포에서 부축을 받으며 참가하셨던 것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우리는 경마공원 산책에 나섰습니다. 입구에서 가족공원으로 이어지는 넓은 길은 느티나무 가로수 길이 운치를 더해주었고, 가족공원으로 들어가는 터널과 그 뒤로 펼쳐진 공원은 포니랜드, 어린이 승마체험장, 야생화정원, 장미원, 어린이 자전거 대여소, 워터바이크 등이 있어 가족과 연인들, 그리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즐길 거리와 체험공간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공원은 평일이라 소풍 나온 유치원 아이들의 세상이었지요. 경주마가 달리는 경기장과 관중석은 텅 비이어서인지 엄청나게 넓어 보였으나 주말 진행하는 경마를 떠올리는 순간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경주마와 그에 따라 환호하는 관중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식사 후 시낭독  ‘어허 팔순(八旬)’

  여유를 가지고 산책을 끝낸 우리는 미리 예약한 음식점 청계산화로구이(과천시 경마로공원 대로 118 과천동, 02-532-8181)에서 맛있는 푸짐하게 식사를 나누었습니다. 총무 정희숙 선생의 진행으로 감사의 시간을 진행하였고, 숭의에서 만난 인연의 소중함과 서로의 사랑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만해 한용운(韓龍雲) 시인의 글을 시 낭독으로 정평이 있는 이광수 선생님(국어)이 낭랑한 음성으로 낭독해 주었습니다.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 태운다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라

                               주기만 하는 사람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 한용운의 ‘인연설’ 중에서




  이광수 선생이 구성지게 낭독한 글은 숭의여자중·고등학교 재직 시절, 학생들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가르쳤던 ‘사랑’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고, 사랑의 띠로 하나가 된 우리들의 우정과 친분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가자는 의미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시 낭독이 끝나고, 순서에 없이 최고령자의 한 분이신 김찬권(물리, 과학) 선생님이 자신이 쓴 시를 가져왔다며 낭독을 해도 좋겠느냐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박수로 환영하며 그의 시 낭독을 기다렸습니다.

  
          
                                해발 262m 고지 남산 꼭대기 오르면
                                온 서울 장안 다 보인다네
                                희망 안고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올랐더니
                                과연 모든 장관이 다 보이더라

                                팔순 고지(高地) 알게 모르게 오르니
                                내 주위에 꽃 같은 젊은이가 너무 많아
                                나 스스로 늙은 것 모르건대
                                내 옆 친구 너무 늙은 할아버지

                                지금은 오감이 흐려지고 정신이 아른하여
                                겉모양이 자꾸 낡아
                                어허 팔순 고개 내 눈앞에
                                오십 년 사십 년 삼십 년은 길고 먼 세월이었는데
                                이제 십 년 이십 년은 너무 문 앞이야

                                이제는 주 안에서 잠들 때가 오고 있는데
                                느낄 듯 모를 듯 그날그날 살아가네
                                그러나 내 옆에 다정한 내 가족 내 친구 지켜주니
                                더욱더 행복하네

                                오호 주님
                                오늘이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 김찬권의 ‘어허 팔순(팔순)’



  올해 87세이신 김찬권 선생님은 한치도 발음의 흩어짐이 없이, 남산에 있는 숭의(崇義)에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며, 동료들과 생활했던 추억을 누구보다 보람으로 생각하며 감사하게 여겼습니다. 정년은퇴 후 어느덧 팔순의 고지에 접어든 지금까지 그는 가르침을 받은 젊은이들이 주변에 있어 가슴이 뿌듯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마치 이해인 시인이 <어느 교사의 기도>에서 ‘이름을 부르면 한 그루 나무로 걸어오고 사랑해 주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나의 학생들이 있어 행복했다’는 것처럼 그의 지난 생애는 보람으로 빛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무는 인생을 절실하게 느끼는 시점에서 ‘내 가족 내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고 합니다. 여기서 ‘내 친구’는 곧 한평생 숭의에서 사명을 가지고 함께 근무했던 동료 모두를 지칭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남은 삶이 얼마인지는 모르나 그저 감사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는 선생님의 지적대로 수많은 세월 남산의 언덕길을 오르며 희로애락을 같이했습니다. 때로는 인간관계에서, 업무에서, 서로 의가 상한 적이 있었다 해도 그건 비 온 뒤 더욱 땅이 굳어지는 과정처럼 우린 한 목표를 향하여 열심히 달려갔고, 그래서 우리는 누구보다 더욱 끈끈한 ‘사랑의 띠’로 맺어졌던 것이지요.



      



  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만남’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숭의에서 만난 것도 하나님의 계획이었고, 평생 한 학교에서 근무하며 살았던 것도 실은 우연이 아닌 필연(必然)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저는 이미 오래전에 썼던 <만남>의 시 한 편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졸고이지만 여기 올려봅니다.      


                                  우리는 그리움의 바닷가에서              
                                  너는 발 빠르게 달려오는 밀물로              
                                  나는 발 빠르게 달려가는 썰물로              
                                  서로 뜨겁게 만난다              

                                  한 번은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젖은 눈물로 만나고            
                                  한 번은 육지와 맞닿은 곳에서    
                                  만월(滿月)의 가슴으로 만난다        

                                  하늘이 바다가 되고      
                                  바다가 육지가 되고              
                                  우리는 비로소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밀물과 썰물이 서로 만나듯              
                                  너와 나는 그리움의 바닷가에서              
                                  뜨거운 입맞춤으로 다시 만난다.

                  
                                                                      -  남상학 의 ‘만남’




        

        
                          앞줄 좌로부터 남상학, 김종기, 류화현, 권명순, 송선철, 유재영, 박은자, 이광수
                          뒷줄 좌로부터 이영숙, 서순희, 이한수, 김진섭, 김찬권, 최찬후, 박창섭, 최병희
                                              송인숙, 윤영옥, 김익란, 박신성, 정희숙
                  



   서로가   '달려오는 밀물로, 달려가는 썰물로' , 우리가 이런 '만남'이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인연이 소중하다면, 인연을 지켜나간다는 것 또한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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