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학의 시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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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갈대 / 신경림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70년대 이후의 신경림의 시가 지니는 사회성에 친숙한 독자로서는 이 시가 다소 의외일 터이다. 이 시는 그의 초기시이다. 신경림 초기시의 대표적인 정조는 슬픔이라고 윤영천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이 시에서는 그것이 갈대의 '울음'으로 나타난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라는 진술이 이 시의 핵심일 터인데, 그 '울음'이 어떤 성격을 지닌 것인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화자는 갈대의 온몸을 흔드는 것이 '바람도 달빛도' 아니고 '울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재적인 원인이 아니라 내재적인 원인으로 갈대는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 다시 말해서, '울음'은 사회적 갈등의 소산이라기 보다는 존재론적인 문제라는 말이다.

  그런데 갈대는 그러한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는 것이다. 까맣게 몰랐다는 말은 과거에 그랬다는 뜻이고 지금은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뜻도 되겠는데, 삶에 대한 그의 존재론적 각성이 확인된다. 숙명론적 성격을 지닌 신경림의 인생관은 그가 활동을 시작한 50년대의 서정시의 분위기를 가늠케 한다. 그이 숙명론적 성격을 지닌 신경림의 인생관은 그가 활동을 시작한 50년대의 서정시의 분위기를 가늠하게 한다. 그의 숙명론은 생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서정시는 으레 그래야 한다는 시단의 분위기가 작용한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시를 쓰고 그는 한 해 동안 침묵한다. 10여 년의 침묵 끝에 다시 시작 활동을 재개하며 '나를 틀 속에 제한시키고 있는 서정시라는 장르는 몹시 불만스런' 것이었다고 술회하는 것을 보면 그 침묵의 기간이 바로 갈등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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