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학의 시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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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정호승 


세월호 1주년 정호승 시인의 추모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정호승




2014년 4월 16일.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침몰 사고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낸 참사였다. 탐욕과 무책임, 무능력이 빚어낸 아픔이다. 1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달라진 게 없다. 15일 전남 진도군 앞바다 세월호 침몰 지점을 찾은 유가족들이 바다를 향해
국화꽃을 던지고 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긴 먹었느냐

그대는 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세계인지
그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는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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