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학의 시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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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먼 후일 / 김소월 
먼 후일

-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개벽>(1922.8) 수록


<이해와 감상>


  1연에서 4연에 이르기까지 서정적 자아는 계속해서 '잊었노라'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러나 그것은 '잊었다'는 사실의 확인이 아니라 오히려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의 강조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4연으로 해서 이 시의 그런 의도는 더욱 명백해진다.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 먼 훗날 그 때에 과거와 현재를
'잊었노라'" 사무치는 그리움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임이라면, 먼 훗날 그를 잊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먼 후일'의 결말은 이렇듯 임을 잊겠다는 진술로 시종일관하고 있다. 이것은 표면에서 이루어진 언표(言表)가 화자의 의도과는 전혀 반대되는 경우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의 가장 주된 표현 기법은 바로 반어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에서 서정적 자아가 그리워하고 있는 임은 오직 과거의 시간 속에서만 존재한다. 현재에 임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에 임을 다시 만날 가능성을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시가 가정법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 왜냐 하면 가정법은 실현 불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어법이기 때문이다. 소월시의 주된 정조인 한은 이렇듯 임이 오직 과거의 시간 속에서만 존재하고 현재와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것은 미래의 임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지니고 현재의 어려움을 꿋꿋하게 견디어 나가는 한용운의 경우와는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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