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학의 시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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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백수(白手)의 탄식 / 김기진(金基鎭) 
백수(白手)의 탄식

- 김기진(金基鎭)


카페 의자에 걸터 앉아서
희고 흰 팔을 뽐내어 가며
브나르드! 라고 떠들고 있는
60년 전의 노서아 청년이 눈앞에 있다.

Cafe Chair Revolutionist
너희들의 손이 너무도 희구나!

희고 흰 팔을 뽐내어 가며
입으로 말하기는 ‘브나로드!’
60년 전의 노서아 청년의
헛된 탄식이 우리에게 있다.

Cafe Chair Revolutionist,
너희들의 손이 너무도 희구나!

너희들은 '백수(白手)'
가고자 하는 농민들에게는
되지도 못하는 '미각(味覺)'이라고는
조금도, 조금도 없다는 말이다.

Cafe Chair Revolutionist
너희들의 손이 너무도 희구나!

아아! 60년 전의 옛날,
노서아 청년의 '백수의 탄식'은
미각(味覺)을 죽이고 내려가고자 하던
전력을 다하던 전력을 다하던 탄식이었다.

Cafe Chair Revolutionist
너희들의 손이 너무도 희어!


* 작품의 이해와 감상 *

  비판적. 풍자적. 경향적 성격의 시로  관념적 지식인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한 글. 이 작품은 카프의 비평가로 이름 높은 팔봉 김기진의 시로 실천하지 못하고 입으로만 ‘민중(民衆)을 내세우는 창백한 당대 지식인들을 비판한 작품이다.

  모두 여덟 개의 연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실제로 2,4,6,8연은 같은 내용이다. 그 내용은 카페의 의자에 앉아서만 혁명을 외치는 관념적이고 창백한 지식인들의 흰 손을 비판하는 내용이고, 이 작품의 각 연의 후렴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흰 손[白手]’은 실제로 노동이나 실천을 하지 않고 관념으로만 혁명과 민중을 논하는 지식인의 위선과 무능을 상징하는 외양 묘사이다.

  1,3,5,7연은 제정 러시아 시절 카페 의자에 걸터 앉아서 브나로드(‘민중 속으로’라는 뜻의 러시아말)를 외치는 젊은 지식인들의 탄식과 일제 식민지 시대에 관념으로만 혁명을 하는 조선의 젊은 지식인들이 오버랩되면서 거기에 대한 강한 비판과 풍자를 담고 있다. 그러나 7연에서 보듯이 러시아 청년들의 탄식은 오히려 귀족적 취향을 버리고 민중 속으로 가고자 하던 노력이 있었다고 진술함으로써 조선의 젊은 청년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전대의 최남선 등이 추구했던 시의 교술성을 계급주의의 시각에서 부활시킨 일종의 교술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머리로만 혁명을 하고 입으로만 민중을 이야기하는 지식인들에 대한 역설적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작가 김기진(金基鎭, 1903-1985) )은

  소설가. 시인. 평론가. 호 팔봉(八峰). 충북 청원 출생. 배재고보를 거쳐 1923년 일본 릿쿄[立敎]대학 영문학부를 중퇴하였다. 1924년부터 1940년까지 <매일신보>, <시대일보>, <중외일보(中外日報)> 등의 기자로 언론계에 종사하였다.
  
   1945년 출판인쇄업 애지사(愛智社)를 창립하여 1950년까지 경영하였고 1960년 <경향신문> 주필을 거쳐 1972년 펜클럽 ․문협(文協)의 고문이 되었다. 1920년 <동아일보>에 시 <가련아>를 발표한 뒤 주로 <개벽(開闢)>에 글을 발표했으며, 이때부터 문학과 연극에 관여하여 토월회(土月會)의 조직, <백조(白潮)>의 동인, 1925년 파스큘라와 염군사를 합쳐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를 만들었으며, 기타 영화사 등에서 활약하였고 문학평론가로서의 집필도 많이 하였다.

   1940년 무렵부터 수필․시․시조․평론 등 친일(親日) 작품을 발표하였다. 1944년 조선문인부국회 상무이사 겸 평론 수필부 회장, 1945년 조선언론보국회 이사에 선출되는 등 가장 강력한 친일문예조직의 중추적 인사가 되기도 하였다. 6․25전쟁 때 공산 치하에서 인민 재판에 회부되었다가 기적적으로 회생하여 육군 종군 작가단 부단장으로 활약하면서 금성화랑무공훈장을 수상하였다. 작품에 “붉은 쥐”, “군웅(群雄)”, “청년 김옥균”, “해조음(海潮音)” 등 다수가 있으며, 1989년에 <김팔봉문학전집>(전7권)이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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