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학의 시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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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生氣)가 뛰놀아라.


                                                                      - <금성>3호(1924) -
  
* 해설 *

  무엇보다 이 시는 고양이를 통해 봄이 주는 감각을 집약적으로 잘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고양이의 털 → 봄의 향기, 고양이의 눈 → 봄의 불길, 고양이의 입술 → 봄의 졸음, 고양이의 수염 → 봄의 생기' 의 연관성은 시인의 뛰어난 감각과 예리한 관찰력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감각적, 즉물적, 상징적 성격의 시로  ㉠ 동일한 통사 구조의 반복  ㉡ 주지적 성향의 날카로운 이미지 제시 →시각, 청각, 후각적 심상  ㉢ 세련된 비유로 표현하였다. 주제는 고양이를 통해 연상되는 봄의 감각과 분위기.


* 이해와 감상 *

  이 작품은 봄과 고양이의 유사점이 시인의 감각에 의해 한군데 묶여진 작품이다. 고양이의 털, 눈, 입술, 수염에 각각 봄의 향기, 불길, 졸음, 생기가 연결되어 있다.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여겨지던 봄과 고양이가 결합되어 완전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신선한 감각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심오한 의미보다는 그러한 신선한 감각에 주목해서 읽어야 마땅할 것이다.

  흔히 이장희는 20년대의 모더니스트라고 불리워진다. 한국에 있어서 모더니스트라는 말은, 작품에 있어서 자연발생적인 감정을 억제하고 감각적인 언어를, 그것도 가능한 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제시하고자 한 시인에 의해 쓰여진다. 그리고 이장희가 시를 쓰기 시작한 20년대 초반은 대개 한국 시단에 주관의 범람, 감상적 낭만주의가 판을 치고 있던 때다. 이런 때 그는 아주 냉정한 손길로 이미지 시의 제시를 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당시의 우리 문학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 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당시 시단의 경향과 비교해 볼 때, 고양이를 통해 봄을 드러내는 뛰어난 연상 능력과 완벽한 구조적 통일성은 인정되지만, 내면세계나 의식의 깊이나, 독자의 내면을 울리는 감동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아무튼 섬세한 감각과 상징적 표현은 당시에 있어 시인의 독자적 위치를 마련해 주었다.


* 이장희 (李章熙 1900∼1929)는

  시인. 호는 고월(古月). 본명은 양희(樑熙). 대구 출신. 일본 교토중학[京都中學(경도중학)]을 졸업하였다. 1924년 시 <봄은 고양이로다> <실바람 지나간 뒤> <새 한마리> 등을 《금성(金星)》 5월호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하였다.
   특히 <봄은 고양이로다>는 그의 시적 특징인 섬세한 감각과 시각적 이미지가 잘 표출된 시로 당시 시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어 《조선문단》 《신여성》 《여명(黎明)》 《신민(新民)》 등에 <청천(靑天)의 유방(乳房)> <하일소경(夏日小景)> <동경(憧憬)> 등 30여 편의 시를 발표하였으며, 1929년 11월 자택에서 음독자살하였다.
   1951년 백기만(白基萬)이 엮은 유고집 《상화(尙火)와 고월》에 실린 시 11편이 전해지다가 1982년과 1983년에 2권의 전집 《봄과 고양이》 《봄은 고양이로다》가 발간되면서 그의 유작들이 총정리되었다. 시의 특징은 길이가 짧고, 명징한 언어로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며, 운율면에서도 작품의 구조와 잘 조화되고 있다. 서구 문예사조의 무비판적 수용으로 낭만주의·퇴폐주의·상징주의 등이 혼재한 1920년대 한국 시단에서 그의 시는 참신한 감각으로 새로운 시적 경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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