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학의 시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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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봄비 / 변영로 

봄비

- 변영로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앞에 자지러지노라!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는 시인의 애틋한 감정을 실은 낭만적인 서정시이다. 봄날에 내리는 비를 보는 시인의 마음은 서운하기도 하고 또한 이유 없이 아프기만 하다. 그 이유는 제3연에서 밝혀져 있듯이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심정 때문이다.

    각 연의 1, 2행에서는 공통적으로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를 반복하여 봄비의 부름과 그에 대한 시인의 정감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노라!', '누나!' 등의 영탄조의 어미 사용은 이 작품을 보다 더 낭만적 분위기로 만들어 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와 같은 반복구(反復句, refrain)는 시의 리듬을 교묘하게 살리는 데 효과적인 표현법이 되고 있다.

  각 연의 마지막 행은 봄비 내리는 모습을 보고 느낀 시적 자아의 마음을 '서운하고', '아프고',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므로 여성 편향적 어조와 함께 시인의 감각적인 통찰로 빚어진 이 작품의 아름다운 정감과 선율은 그윽하고 부드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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