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학의 시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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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산유화(山有花) / 김소월 
산유화(山有花)

-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 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소월의 '진달래꽃'과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을 만하다. 쉽고 간결한 가락, 소박하 친근한 구어체, 보편적인 정감을 순수한 모국어와 전통적인 3음보의 가락에 담아 표현함으로써 폭 넓은 전달성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시적 화자는 산에 피는 꽃을 보며 이 세상 모든 존재의 근원적 고독감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의 제 1연과 제4연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꽃이 피고 지는 단순한 사실과 시의 배경을 제시하고 있을 뿐, 시 해석상의 특별한 단서를 보여 주지는 않는다.

  잘 살펴보면, 제2·3연에 사용된 낱말 가운데는 단순히 객관적인 자연물이나 자연 현상을 표시하는 것과 시인의 주관적인 감정을 표시하는 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꽃', '새', '피다', '살다'는 전자를 대표하는 낱말들이고, '저만치 혼자서'와 '좋아'는 후자를 대표하는 낱말들이다.

  서정시가 객관 세계의 어떤 대상을 통해서 얻어진 시인의 감흥의 표현이라 할 때, 우리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가 어떤 것인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는 무엇보다 꽃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다는 표현과, 작은 새가 꽃이 '좋아' 산에서 산다는 표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면 꽃이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 논자에 따라서는 '소월이 저 만치라고 지적한 거리는 인간과 청산과의 거리인 것이며, 이 말은 다시 인간의 자연 혹은 신에 대한 향수의 거리'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만치'를 시인과 자연과의 정서적인 거리로 이해하는 것은 타당할까? 무엇보다 제3연이 그러한 해석을 거부한다. '새'는 시인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그 새는 꼴이 '좋아' 산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만치'는 시인과 꽃과의 거리라기보다는 산에 피어 있는 꽃들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말로 이해되어야 한다.

  여러 꽃들을 떠나서 거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 한 송이가 시인의 정서를 기묘하게 자극하여, 사람들을 멀리 하고 혼자서 떠나와 산 속에 살고 있는 자신의 외로움을 깨닫게 만든다. 즉,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은 시인의 고독한 운명을 발견케 하는 매개물이지 자연 그 자체는 아니다. 그런데 그 외로움의 길은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것이다. 그러므로 '저만치 혼자서'라는 위치 측정은 타인과의 세계에서 자신을 스스로 소외시키고, 인생을 정면에서 대결하며 살지 못하게 하여 항상 수동적인 자세로 살게 만든다. 그것은 숙명론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저만치 혼자서' 피었다 지는 꽃에서 자신 또는 인간이 어차피 고독하게 태어났다가 죽는 존재라는 사실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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