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학의 시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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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논개(論介) / 변영로 
논개(論介)

- 변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 <신생활>(1923)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역사적 인물인 논개의 충절을 빌어, 과거의 역사적 사실만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현실 즉, 우리나라를 침탈하여 식민지로 만든 일제에 대하여 민족적 정기를 노래하고자 한 작품이다.
   제1연에서 조선을 유린한 왜적에 대한 논개의 분노와 애국적 정열이 종교보다도 깊고 사랑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대조법과 직유법을 통하여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제2연에서는 왜장을 안고 강물을 향해 뛰어드는 죽음의 순간을 오히려 미화하고 있다.  이 죽음에 대한 미화는 논개의 고운 자태와 잘 어우러져 있다.  아미와 입술과 같은 어쩌면 관능적인 이미지가 서로 어울릴 것처럼 보이지 않는 '죽음'과 오히려 조화를 이루는데, 그것은 논개의 아름다운 자태로부터 '입맞춤'이라는 어휘를 매개시킴으로써 논개의 '죽음'조차도 아름답고 숭고한 것으로 승화시키는 시적 효과를 거둔 것이다.  
  제3연에서는 논개의 그 거룩한 혼이 강물의 유구한 흐름과 함께 길이길이 빛날 것임을 역시 색채적 대조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 시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후렴이다.  후렴은 논개가 빠져 죽은 남강의 물결의 색채가 강낭콩꽃의 그것보다, 또 그러한 논개의 애국적 정열의 색채가 양귀비꽃의 그것보다 더 강렬함을 색채의 대조를 통하여 선명하게 보여줌으로써, 이 시의 주제를 더욱 강하게 우리에게 부각시켜 준다.

* 특징 : 청사(靑史)에 길이 빛날 논개의 애국적 충혼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민족주의적)
* 표현 : ㉠ 다양한 수사법 - 반복, 대조, 비교, 영탄, 설의, 직유, 대구법
             ㉡ 4음보의 율격 - 고전적 균형미와 경건성
             ㉢ '붉음'과 '푸름'의 색채적 대조
             ㉣ '본사 + 후렴구'의 민요적 형태 응용
             ㉤ 후렴구 - 의미의 강조 및 음악적 효과


▷작자  변영로(卞榮魯: 1897.5.9-1961.3.14)    

  호는 수주(樹州). 경기도 부천 출생. 중앙학교에 입학하여 3학년 때 중퇴한 뒤 중앙기독청년회관 영어반을 6개월만에 수료하고 17세때 영시 《코스모스》를 발표하였다. 1918년 중앙고보 영어교사가 되어, 1919년 3·1운동 때는 YMCA에서 독립선언서를 영역하여 해외로 발송하였다. 1920년 《폐허》 동인으로 문단에 데뷔, 1922년 이후 《개벽》지를 통해 해학이 넘치는 수필과 발자크의 작품 등을 번역해서 발표하였다.

  1924년 일제하의 민족적 울분을 노래한 시집 《조선의 마음》을 내놓았고, 193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산호세대학을 수료하고 귀국, 1935년 동아일보사에 입사, 《신가정(新家庭)》 편집장이 되었다. 그는 《신가정》 표지에 손기정 선수의 다리만을 게재하고 ‘조선의 건각’이라고 제목을 붙이는 등 일본 총독부의 비위를 건드려 압력을 받아 회사를 그만두기도 하였다. 1927년 ‘우리의 것’을 알아보기 위해 백두산에 올라가 《두만강 상류를 끼고 가며》 《정계비(定界碑)》 《천지(天池) 가에 누워》 등 10여 편의 시를 발표하였다.

  1949년 제1회 서울특별시문화상을 수상하였다. 수필집으로 《명정(酩酊) 40년》이 있고, 1981년 3월 그의 20주기를 맞아 새로 발견된 그의 작품까지를 수록하여 《수주 변영로 문선집(樹州卞榮魯文選集)》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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