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학의 시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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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낙엽과 문학 / 이무영 



                                                      낙엽과 문학



                                                                                                               이무영



  귀뚜라미, 달, 낙엽, 단풍‥‥‥, 우리는 이런 낱말들만 보고서도 흔히 시정을 느낀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지금까지 읽어 온 시 속에는 가을을 소재로 한 것이 제일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가을을 소재로 한 대부분의 문학 작품이 감상에 깊이 빠지고 있음도 사실이 아닐까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우리의 문학하는 태도를 한 번쯤 반성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낙엽이니 단풍이니 하는 것이 다 문학의 좋은 소재가 되는 것임엔 틀림이 없지만, 이를 보고 다만 감상에 빠지는 데서 끝나고 만다면, 이것은 결국 우리 문학을 나약하게 만들 위험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을을 조락의 계절로만 파악하여 애수에 사로잡힐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하는 문학의 길을 개척해야겠다. 애수니 감상이니 하는 것도 물론 때로는 필요한 것이겠지만, 남들이 달나라를 여행하는 오늘, 우리만이 안이한 데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가을이 되어 나무가 그 잎을 떨어뜨리는 것은 그 나무의 신진 대사지 생명이 다 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다가올 봄을 위한 준비요, 새 생활을 위한 생명력의 보강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학도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다만 피상적으로만 보고서 영탄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좀더 젊어져야겠다. 우리의 문학도 좀더 젊어져야겠다. 지는 잎을 바라보며 애수에 잠기는 감상 문학에서 벗어나, 새봄을 준비하는 낙엽의 내적 생명력을 파악하여 그것으로 충일한 문학을 이룩해야겠다. 문학은 넋두리가 아니다. 푸념일 수도 없다.

  그것은 생명감이 약동하는 젊음이어야 하고, 신비를 극복하는 과학이라야 한다. 우리는 이 이상 은일을 미덕으로 삼을 수도 없고, 후퇴를 달관시할 수도 없다. 나아가야 한다. 극복해야 한다. 태산보다 더한 장해물이 있다 할지라도 이와 대결하여 새로운 국면을 개척해야 한다. 서재에 가만히 앉아 창밖에 지는 잎을 바라보며 한숨이나 지을 것이 아니라, 대지 위에 버티어 서서 대자연의 추이를 관찰하고 과학하고, 그럼으로써 생명력으로 충일한 문학을 이룩해야겠다.

  남들이 달나라에 기를 꽂았다는 사실에 우리는 좀더 경이를 느껴야겠다. 우리가 달을 바라보며 애수에 젖어 있을 때, 그들은 달을 과학했고, 마침내 달을 정복하고 말았다. 우리는 이 사실 앞에 좀더 놀라야 하고, 이 사실로써 우리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를 삼아야겠다. 그들은 멀지않아 대우주를 과학한 새로운 문학을 창조할 것이다.

  무기력과 겸허의 미덕이 혼동되던 시대는 벌써 지났다. 애수나 감상으로써 심금을 울리던 시대도 이미 아니다. 정원에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애수에 잠기던 창가에서 떠나야겠다.

  단풍도 좋고 낙엽도 좋다. 우리는 감상을 극복하고 거기서 대자연의 섭리를 발견해야 하며, 그것을 문학화해야 하겠다. 지금 말하거니와, 낙엽은 생명의 종식이 아니라 생명력의 보강을 의미한다. 우리는 낙엽에 대한 일체의 기성 관념을 버리고 생명력으로 충일한 새로운 낙엽부를 창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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