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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日에 욘사마보다 윤사마가 더 잘생겼다는 팬 많아요" 


日에 욘사마보다 윤사마가 더 잘생겼다는 팬 많아요"


                                                      이한수 기자의 글


'생명의 시인 윤동주' 펴낸 다고 기치로 前 NHK PD
30년 연구, KBS와 다큐 제작도.. "윤동주, 국경 넘는 세계적 시인"




  시(詩)가 운명을 바꿔놓았다. 다고 기치로(多胡吉郞·62)씨는 22년 다니던 직장 NHK를 2002년 그만둘 때 윤동주의 '서시'를 떠올렸다.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논픽션 작가가 된 다고씨는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했다.

  최근 '생명의 시인 윤동주'(한울)를 냈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인 지난해 일본에서 낸 책이 번역 출간됐다. 30년 연구 결실이다. NHK PD이던 1995년 KBS와 공동으로 '윤동주 다큐멘터리'도 제작했다. 서울을 찾은 다고씨를 지난 24일 익선동 한 전통 찻집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독자들이 윤동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동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1984년 처음 나온 윤동주 시집 일역본을 읽고 감동했다. 대학(도쿄대 문학부) 졸업하고 NHK에 입사한 후 4년 지난 때였다. 식민지 청년이 일본에 유학 왔다가 옥사한 사실이 가슴 아팠다. 이웃나라의 고통을 일본 국민에게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윤동주 시를 그대로 읽고 싶어 한국어도 공부했다."




다고 기치로씨는 “윤동주는 어두웠던 시대의 고통을 통해 영원한 시를 만들었다”며 “일본 교토와 북한에서 새로운 자료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HK에서 윤동주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몇 년간 상사에게 기획서를 제출했는데 매번 '윤동주가 누구냐'며 채택되지 못했다. KBS의 아는 국장에게 부탁했다. 'NHK에 공동 제작을 제안해달라'고. '종전(광복) 50주년 NHK 스페셜'로 방송했는데 시청률이 1년 중 밑에서 둘째였다. 참패였다. 이제는 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욘사마(배용준)'보다 '윤사마(윤동주)'가 더 잘생겼다는 여성 팬이 많다. 내가 너무 일찍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하하!"


―취재를 참 많이 했더라.

  "윤동주가 일본 유학 시절 찍은 유일한 사진이자 최후의 사진을 발굴했다. 일본인 친구들과 교토 인근 우지강에서 찍은 사진이다. 윤동주가 다닌 도쿄 릿쿄대, 교토 도시샤대 출신을 찾아 두 달 넘게 전화를 돌린 끝에 찾았다. 처음엔 그저 사진 발굴이 기뻤다. 지금은 그 사진의 해석을 새롭게 하게 됐다."



  다고씨가 발굴한 윤동주(앞줄 가운데) 최후 사진.  


―어떤 해석인가.

  "조선에서 찍은 사진에는 윤동주가 늘 가장자리에 있다. 부끄러움을 잘 타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에선 앞줄 가운데에 있다. 사진은 1943년 5~6월쯤 찍은 것이다. 윤동주가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굳히자 일본 친구들이 송별을 겸해 소풍을 떠났다. 친구들이 주인공인 윤동주를 가운데 서라고 한 것이다. 윤동주는 이날 '아리랑'을 불렀다. 조선어로 '아리랑'을 부르는 행위는 금지된 때였다. 시국을 벗어난 자유롭고 개방적인 시간과 장소였다."


―윤동주를 '생명의 시인'이라 규정했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한 뜻을 처음엔 몰랐다. 퇴직 후 영국에서 10년 살면서 깨달았다.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의 시 '생쥐에게(To a Mouse)'에 '유한한 생명을 함께 사는 동료(fellow-mortal)'란 구절이 있다. '모든 죽어가는 것'은 '모털(mortal)' 즉 유한한 생명을 말한 것이다. 윤동주는 민족 시인, 저항 시인도 맞지만 더 차원이 높은 생명의 시인이다."


―육필 시집 원래 제목은 '병원'이었다.

  "원고지에 '병원'이라 제목을 썼다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고쳤다. 시집 출판이 좌절된 후 2주 뒤 바꾼 것이다. 윤동주는 그 짧은 기간에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암흑의 시대에서 영원한 생명인 '이모털(immortal)'로 나아간 것이다."


―윤동주가 하숙집에서 읽은 책도 자세히 분석했다.

  "윤동주는 읽은 책에 밑줄과 동그라미 같은 표시를 남겼다. 딜타이의 '근세 미학사'에 윤동주가 밑줄과 붉은색 동그라미를 동시에 표시한 부분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죽어야 하는 창조자, 시인'이란 대목이다. 죽어야 하는 시인과 영원한 창조자의 대비가 곧 '모털'과 '이모털'이다. 내 해석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다고씨는 '서시'의 시구를 읊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윤동주에 대한 사랑을 나누고 싶어 책을 썼다. 그는 경계를 넘어선 세계적 시인이며, 내 삶의 지표이자 멘토"라고 했다. 한 편의 시가 사람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다니, 놀라웠다.


                               <출처> 2018.4. 26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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