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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김유정 탄생 100년 / 오태진 
[만물상]

김유정 탄생 100년
-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tjoh@chosun.com



  경춘선 강촌역과 남춘천역 사이에 김유정역이 있다. 김유정의 고향 춘천시 신동면 증리로 들어서는 신남역이 2004년 문패를 바꿔 달았다. 하루 열차 18편이 서는 작고 소박한 역사(驛舍)엔 김유정 연보와 작품세계가 붙어 있다. 역에서 5분쯤 걸어 들어가면 실레마을이다. 김유정이 '5월의 산골짜기'에 썼듯 사방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옴팍한 떡시루(실레) 같다. 행정명 증리의 '증(甑)'도 시루를 뜻한다.

  ▶실레마을은 온 동네가 문학촌이다. 김유정의 소설 31편 중 12편의 무대가 이 마을이다. 마을에서 벌어진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실제 지명으로 풀어냈다. 그는 야학 제자들과 팔미천에서 멱 감고 오다 데릴사위와 장인이 드잡이하는 모습을 보고 메모해 뒀다가 '봄봄'을 썼다. 사위가 갈던 화전도 새고개에 있었다. 사위를 더 부려 먹으려고 계속 혼례를 미루는 봉필영감의 집은 지금도 남아 있다.

  ▶김유정이 늘 코다리찌개를 안주로 술을 즐겼던 마을 주막은 '솥'에서 근식과 들병이가 장래를 약속하는 곳으로 등장한다. '만무방'의 노름터, '산골나그네'의 주막터와 물레방아터, '동백꽃'의 노란 개동백 피는 금병산 기슭…. 구체적인 소설 무대들마다 팻말을 세워 놓았다. 식민지시대 선량하고 우직한 밑바닥 사람들, 그들을 덮쳤던 모진 삶을 질탕한 토속어와 애정 어린 해학으로 그려낸 현장들이다.

  ▶김유정 탄생 100년을 맞아 실레마을을 비롯한 춘천 일대에서 올해 내내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펼쳐진다. 작가 전상국이 위원장을 맡은 기념사업추진위는 첫 행사로 오는 12일 '봄봄 스토리 페스티벌'을 연다. 4월엔 학술행사와 함께, 장가도 못 가고 스물아홉에 떠난 김유정의 혼을 위로하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소설가협회 세미나, 문인대회, 문학강연, 김유정 소설 낭송대회, 음악제, 등반대회, 청소년축제, 백일장, 기행열차도 이어진다.

  ▶전상국은 근대 단편문학의 백미 김유정에 빠져 5년째 기꺼이 김유정문학촌 촌장으로 일해 오고 있다. 그는 "문학관이 자료·유품 전시공간을 넘어 지역문학 거점이자 요람, 작가의 문학정신을 이 시대까지 연결해내는 매개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김유정문학촌은 금병산 산행을 포함해 실레마을을 둘러보는 3시간 안팎 코스들을 추천한다. 느릿하게 걸으며 마을 구석구석에 배 있는 김유정의 숨결과 김유정 문학의 향기를 누리는 것만큼 행복한 나들이도 드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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