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학의 시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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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나의 사랑 영흥도(永興島) [2]
  

        


        나의 사랑 영흥도(永興島)*



           1

        누나야, 영흥도 부두의
        파도는 늘 우리를 들뜨게 했지.

        인천으로 통하는 뱃길
        한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를
        한 뼘 손 끝으로 재면서
        우린 선창에 서 있었지.

        뚜, 뚜우, 뚜우우
        뱃고동 소리 섬 모퉁이를 돌아오면
        흐르는 물살은 더욱 빨라지고
        우린 하늘 위를 갈매기 되어 날면서
        물살 위에 아버지 얼굴을 그리곤 했지.

        꿈길 따라 가뭇없이 떠오는
        배는 황진호일까, 은하호일까
        우린 부푼 가슴 안고 마중하여
        돛대의 맨 꼭대기에 앉아 지켜 보았지.

        그러나 뭍으로 간 아버지는 영영 오지 않았다.
        꽃신 싣는 설날에도
        보름달 환한 추석에도
        엄마의 생일에도 오지 않았다.
  

             2


        누나야, 영흥도 외리의 물살은
        늘 우리를 슬프게 했지.

        물결소리 바람소리 행여 그 음성인가
        썰물 따라 달려가다 바다 끝에서 주저앉고
        질퍽한 갯벌에 빠져 울다가
        밀물 따라 힘없이 돌아오곤 했지.

        작은 눈으로는 잴 수 없는
        넓이의 갯벌 위에
        형형색색 무늬의 바지락을 캐며
        이랑이랑 아픈 삶을 일궜지.

        한나절 뙤약볕이 허기로 쏟아지고
        긴 강뚝에 앉아 잡풀처럼 흐느끼다가
        먼 곳에서 울리는 포성을 들으며
        비릿한 바다 내음에 잠들곤 했지.

        누가 아버지의 귀향을 막았을까
        어머니의 눈가에 소금기가 쌓여
        마른 모래 언덕을 이루고
        파도는 영문 모르고 기슭을 핥고 있었지.

     
       3


        누나야, 영흥도 내리의 바람은
        늘 우리를 부풀게 했지.

        주일 아침마다 꿈길에서 듣는
        교회당의 새벽 종소리
        청아한 소리 따라 손잡고 가는 길
        이슬 맺힌 언덕길 걸으며
        뽀얀 한숨을 흰 구름으로 날렸지.

        높다란 십자가 종탑 위로
        우리 마음은 운동회날 만국기로 펄럭이고
        몰려 든 참새떼들이 목청 높여 부르는
        ‘예수님 사랑'

        양치는 목자의 성화 앞에 앉아
        우린 꿈꾸듯 아버지 얼굴을 그리곤 했지.
        빈 하늘 우러르는
        홀로 그 때 쓸쓸함을 누가 알까

        아파도 아깝쟎은 세월
        오랜 날 바다 바람에 씻기우며
        추억의 물살 위에 흔들리는
        나의 사랑 영흥도

        누나야,
        영흥도 외리의 물살 되어
        영흥도 내리의 바람 되어
        아버지 그리며 영흥도에 살자.





         * 필자가 11살 무렵 잠시 살았던 섬. 인천에서 여객선을 타고 가던 것을 영흥대교가
         건설되어 대부도, 선재도를 거쳐 건너갈 수 있음.



Comments
남상학  (2004.11.27-23:24:06) 
열세 살 적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살던 섬. 뭍으로 간 아버지는 끝내 돌아오지 않고, 교회의 예수님 성화 앞에서 아버지 그리워 울음 적시던 날의 우리들의 이야기. 이젠 우울한 날이면 언제나 달려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김영자
  (2005.09.23-18:09:35)  X 
장로님 가슴깊은곳엔~ 슬픔이네요
돌아오시지 않은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에 저 또한 괜시리 슬퍼집니다
그 영흥도에서~잠시 살았었는데...
이제는 떠나서 밝은 웃음이셨음 좋겠어요
남은 생애가 행복하시기를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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